연습 2

써보기 2017. 1. 22. 10:35 Posted by 진선애

1.

산속 바위 위에 앉아 있다.

햇빛은 화살같이 나에게 꽂히며 나는 그 화살을 통과시키는 웜홀이 되었다.

세월의 고통도 유쾌함도 세월의 슬픔도 기쁨도 모두 통과 시키는 웜홀이 되었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왔을까.

아마도 모든 것을 통과시키며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잇는 삶을 추구했나 보다.

 

2.

설거지를 하고 있다.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그릇이 싱크에서 선반으로 옮겨진다.

고추장도 묻고 밥알도 묻고 내가 튀긴 침의 파편도 묻어 있을 그릇의 표면이 제 모습을 찾았다.

더러워졌다 깨끗해 짓기를 반복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가 보다.

그릇도, 인간도, 내가 입은 옷들도, 산 속의 나무들도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깨끗함을 찾아 간다.

 

3.

우리 집 반려견 노을이가 히컵송을 부르며 잔다. 유기견이였다. 어떤 인간이 학대를 했을까.

사람손이 두려워 오줌을 질질 싸던 노을이. 말 못하니 알 길이 없다. 개가 개를 학대한 꼴이다. 우리 가족에게만 충성심을 보인다. 무슨 개가 이럴까? 개는 아무에게나 꼬리쳐야 하는데.

이제는 이게 좋다. 나만의 무기를 가진 것처럼. 나만을 바라보는 노을이가 좋다.

 

4.

아이들이 부른다. 엄마.

힘이 들 때는 엄마지만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엄마 소리가 싫다. 귓구멍을 막고 싶다.

엄마란 소리가 오장 육부를 휘저어 놓는다. 책임을 지라는 소리로 들린다.

기분이 좋을 때는 엄마란 말이 좋다. 천금만금을 주어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리다.

뿌듯한 소리다. 감사의 소리다.

싫은 엄마 좋은 엄마가 켜켜이 쌓여 종국엔 위대한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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